[Competition]청주시청 신청사 2단계 국제현상 설계공모





청주시청 국제현상설계 2단계 공모


4등 (최종 라운드)


설계               2020.01 ~ 2020.07 

면적               55,456㎡  

용도               업무시설, 문화시설 등

공동수행         Leepublic ArchitectsSobo Architectstho'plan ArchitectsStudio LAP

구분               공모전

협동               구조(이든구조), 기계전기통신소방(하나기연), 친환경(에네스), 조경(지드앤파트너스), CG(노스포인트), 영상제작(이승철), 편집(좋은   사람), 인쇄(이든프린팅) 

#청주  #신청사  #국제현상 설계공모  #주성 #업무시설 







우암산 중턱, 수암골에서 청주도심을 바라봅니다.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무심천과 낮은 px산들이, 하나둘 새로이 들어서는 건물과 어우러진 정감있는 도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경이로운 일입니다. 도시의 기억은 지키고 간직해야할 공동 자산입니다. 그 풍경 사이 수평선을 이루는 긴 땅에 청주시청과 관련 건물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모여 있습니다. 오랜 도시 조직과 닮아 편안하게 군락을 이룬 모습은 거대 청사를 지양하는 탈근대적 공공성을 이미 획득한 장소로 보입니다.




우암산과 무심천 사이 성안길로 이어지는 보행로 끝자락.
오래도록 자리한 이 긴 땅에 새로운 공공청사를 계획합니다. 

배 모양의 본관은 보전합니다. 나머지 건물들은 철거됩니다. 그 자리에 원림(原林 )의 나무들을 이식합니다. 숲을 이룹니다. 보전된 본관을 둘러 새로운 건물이 지어집니다. 그 사이 상황에 따라 성격이 다른 마당이 담겨집니다. 새 건물은 조성된 언덕 위에 떠 있듯 길게 놓입니다. 덕분에 도시는 전과 다름없이 이어지고 마당과 본관은 어디서든 접근됩니다. 기존 본관은 외관을 유지한 채 내부는 비워집니다. 시민들에 의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채워집니다. 이벤트 활동을 지원하는 플랫폼이자 방문자를 위한 인포박스(原林Information Box)가 됩니다.






청사가 지어진 후에도 장소의 상징성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지역 프로그램을 공간적 특징에 맞춰 담아 냅니다. 과거와 현대 그리고 미래까지 모두 생각해야 합니다. 철거되는 건물자리에 그전 더미의 크기만큼 숲으로 보전하는 이유입니다. 열려있으나 공공의 영역성이 유지되고 숲 속 작은 언덕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집니다. 열리고 프로그램이 담기고 기존의 풍경을 기억하면서 주변 도시조직과 연결되어 있는 장소. 서사적인 풍경(原林narrative landscape)은 모든 것을 안은 채 잠재적 랜드마크로 공공의 상징성을 획득합니다.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합니다. 새로운 청사는 접근하기 편안합니다.

방향을 알아채기 쉽고 민원업무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편의시설은 쾌적하고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제공합니다. 시민들은 체류(原林 )하며 교류(原林 )합니다. 사회화(原林socializing)를 이룬 커뮤니티는 자발적으로 강화됩니다. 공무원과 시의원, 관리운영자들의 입장도 중요합니다. 업무영역은 민원영역과 일반영역으로 구분됩니다. 적당한 거리감을 두지만 유연히 연속되어 있습니다. 효율과 쾌적성도 중요합니다. 배려되는 공간 환경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만나는 시민들. 민원상담 후 만족감이 높습니다. 미래의 행정업무방식을 유연히 수용해야 합니다. 네트워킹과 가변성은 혁신적입니다. 이 모든 기능들이, 연속되어 기능하는 수평건물에 체계적으로 연결됩니다.







북측 49층 건물 옥상에서 구도심을 바라봅니다. 

거대 수직구조물에서 오히려 경관의 수평성을 찾습니다. 자연과 오래도록 이어져온 시공간의 서사적 연결을 확인합니다. 중심상업지역 용적률 1,000% 중 900%를 비워 짓는 새로운 청주시청의 이타적 태도가 옳다고 말합니다. 시민들이 사사로이 이용하고 일상으로 참여합니다. 기억이 적층되면서 정체성이 더 선명해집니다. 문명과 자연의 야생적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청주시청. 숲과 마당(原林, Meta Forest Square)으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사회적 장소로서의 공공청사


지리적 조건

남북방향 폭 100m, 길이 300m, 면적 28,500㎡. 경사도1% 미만의 땅. 동쪽에는 우암산 등 해발 400-500m의 산들이 누워있습니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평평한 지형 탓에 상대적 존재감은 상당합니다. 길과 하천은 이 산들을 넘기 어려워 남북으로 이어집니다. 동측 5차선 도로는 원도심 주요간선도로(原林상당로)로 산업과 관광 등 주요 교통인프라로 작동합니다. 서쪽에는 무심천이 청주의 오랜 역사와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분지형 지형으로 여름은 상당히 더운 편에 속합니다.


도시조직

가까이는 청주 성안길과 이어지는 보행로(原林중앙로)가 있습니다. 지금은 2차선이지만 새 청사가 지어질 즈음 보행전용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성안길은 청주 대표 상권 중 하나입니다. 등록 상점수만 3700 여개로 옛 청주읍성 안쪽 길입니다. 청사까지 보행전용도로를 연결되어 7분이면 다다릅니다. 건물 내 주민편의시설이 서측 보행로 쪽으로 배치된 이유입니다. 남측에는 복원된 청주역사(原林)와 광장이 최근에 조성되었습니다. 대지 북측도로는 이미 지어진 대형 주상복합시설과 새 시청사 주차장 진출입을 위한 유일한 차량 동선으로 이용됩니다. 이곳으로 지하 주차장 경사로가 출입구를 분리하며 연결됩니다.


재구조화

대지 남측의 광장과 공원은 옛 청주역사(原林 )를 기념하는 장소입니다. 도시재생허브센터와 전시장 등 공공시설들이 앵커시설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새로 지어질 시청사의 남쪽 직지숲과 연계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상호 보완적으로 수행할 중요한 장소입니다. 이 사이 2차선도로도 보행전용로가 되길 희망합니다. 기존 대지에는 14동의 건축이 있습니다. 일부는 이미 사업을 위해 철거되었습니다. 남아 있는 민간건물과 공공건물도 착수 전 철거될 예정이고 기존 청주시청 본관만은 남겨져 새 활용을 기다립니다.


올려진 건물

청주시청에는 작지만 오랜 숲이 있습니다. 총 28종의 나무 242그루. 원림(原林 )으로 부릅니다. 기념수, 지역나무, 작은 연못 등 생태계를 보전하고 건물이 철거된 자리에 원림을 닮은 둔덕을 만듭니다. 느티나무, 메타세콰이어, 튤립나무 등 원림과 같거나 어울리는 나무를 심습니다. 새로 짓는 ㅁ자형 건물은 이 둔덕 위에 올려진 모양새입니다. 자연스럽게 건물 하부 필로티로 모든 방향에서 진입이 가능합니다.


사라진 건물

철거된 건물자리에 마련되는 여러 개의 작은 둔덕 숲은 기존 건물의 위요감을 염두하고 계획되었습니다. 비록 용도를 다해 철거되지만 도시 내 공간감을 당분간 유지합니다. 시민들에게 적층된 기억의 켜에 상처 없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배려를 고민했습니다. 위요된 작은 숲 공간은 다양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습니다. 직지축제, 청주야행 등의 지역축제뿐 만아니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작은 콘서트, 연인들의 약혼식, 가족을 위한 문화 공연과 바자회 등 작은 둥지같이 보호받는 공간 속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습니다.


마당들

직지(原林 )숲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서면 하늘이 열린 텅빈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마당을 구획하는 건물의 재료와 구조는 희고 투명하여 배경으로 서 있습니다. 건물의 복도는 중정을 향해 있어 시감각적 교류와 참여가 가능합니다. 마당은 특별한 이벤트가 가능하도록 설비 시스템을 바닥에 갖추고 있습니다. 지침 상 공용면적은 연면적 대비 11퍼센트 내외로 방문자를 환영하는 라운지 공간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각 마당은 이러한 진입 라운지로도 훌륭하게 활용됩니다. 한눈에 모든 공간의 입구와 출구가 파악되는 공간적 특징 덕분입니다. 전용공간비율을 중요하게 따지는 상업공간에서는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다양한 목적으로 시청을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은 편리하고 편안하게 시청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행의 연속성

서측 보행로(原林예정)와 면한 부분에는 각종 주민편의시설을 배치하였습니다. 어린이시설과 엄마·아빠의 카페, 동아리 취미실과 도서관이 있습니다. 남쪽으로 대회의장, 대강당 등 대형 공간으로 이어집니다. 어린이와 노인 등 보행약자를 위해 전용 엘리베이터는 별도로 있습니다. 마당들, 기존본관 등과 연결되어 건물 전체 동선이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청주, 청주시청, 청주숲

기존 본관동의 서편 코어를 이용하면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과 방문객, 공무원, 시의원 등 누구든지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청주의 낮은 스카이라인과 함께 나란히 걷고 뛸 수 있는 하늘둘레길입니다. 옥상에서 도시의 모든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주의 새 시청 위 열린 하늘길에서 공공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숲의 우듬지가 높아지고 주변 건물들이 숲처럼 빼곡해지는 날, 영원히 비워낸 공공 공지로 기능하는 이 길 역시 새로운 기억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사회적 장소로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시청 짓기

 

지역성과 자원순환, 철과 시멘트

총 55,500㎡가 개발됩니다. 땅을 파고 건물을 지어 환경을 재조성하는 일에는 막대한 자원이 소모됩니다. 그 과정을 촘촘히 나누고 계획과 연관 지어 생각합니다. 굴토된 흙은 대지 내 원림의 지형을 본 떠 만든 둔덕에 사용합니다. 지질의 적합성을 파악 한 후 산지나 하천 토양과 섞어 시 외곽 농지 객토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청주가 도농결합형 도시임을 고려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건축용 산림자재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경제성과 내구성을 고려한 철과 시멘트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재사용과 순환사용을 고민할 때 입니다.

청주가 속한 충청북도는 강원도 다음으로 석회석 매장량이 많은 곳입니다. 한일시멘트를 포함하여 다수의 회사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국내 총생산의 38%(2108년)를 공급하는 지역 주요 산업입니다. 최근에는 시멘트 생산 시 폐석탄재와 폐타이어 분쇄물을 혼합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품질을 높이고 자원 순환에 기여하는 방식입니다. 독일의 경우 65%이상을 순환자원 활용 방법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양질의 시멘트 생산으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화석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 우리가 시멘트 콘크리트를 주요 구조재 및 내장재로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짓기의 기본틀

5층 높이. 길이 170m, 폭 80m. 6개의 코어로 들려진 건물. 각 코어는 높이 2m, 길이 70m 폭12m의 트러스 구조체로 지탱됩니다. 2층 바닥, 지붕층 바닥. 두겹의 대형 트러스 구조체 사이 바구니처럼 짜여진 철골콘크리트라멘조가 단단한 기본틀을 이룹니다. 보행자 레벨에서 각 코어 사이 높이 6m 필로티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기본 본관을 가운데 두고 모든 방향에서 마당 진입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기둥간격이 자유로운 덕에 다양한 평면구성이 가능합니다. 바닥판을 열어 공간의 입체감이 풍부해지고 실들의 단면적 활용이 강화됩니다. 둔덕 위에 내려앉은 듯 얹혀 진 구조물은 크기에 비해 믿을 수 없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열린 공공건축, 공공청사 사회화 기본 개념이 실현됩니다.

구조체는 모두 공장에서 제작이 가능합니다. 현장에서는 결착과 후속 세부공정을 위한 부분 가공이 있을 뿐입니다. 바닥용 콘크리트와 실내 마감용 인조석슬라브 역시 공장에서 미리 제작합니다. 짓는 동안, 소위 난잡한 공사판을 벌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옥 마루에 상량을 올리는 것처럼, 자원 순환형 생산방식으로 공장에서 제작한 주요 구조체를 들어 올려 결합합니다. 지어지는 과정을 현대식 상량식으로 축제처럼 즐겨도 좋겠습니다.

 

좁고 긴 ‘ㅁ’자 집

자연환기로 쾌적한 실내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건물의 두께를 통상 12m 정도로 말합니다. 필요하면 언제든 안쪽 복도 창을 열면 환기가 가능합니다. 채광에도 유리합니다. 햇볕은 공간 전체에 고르게 비춰집니다. 필요에 따라 채광량을 조절할 수 있는 집광채광루버시스템을 설치하여 전자식 자율 조절도 가능합니다. 기후변화와 질병예방을 위해 기계장치의 도움을 받습니다. 필로티 천장면과 옥상 트러스 사이 공간을 활용하여 신선한 공기를 유입합니다. 표면적이 넓은 건물에서만 가능한 방법입니다. 시스템 공조실을 코아 주변에 분산 배치합니다. 필터링 된 공기는 온습도가 조절되어 적당한 속도로 바닥에서 공급됩니다. 사용된 공기는 폐열을 회수한 후 옥상으로 배출됩니다. 봄가을처럼 좋은 계절에는 온전히 외기만 가지고 실내 환경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 오염이 우려될 경우 전배기 방식으로 안전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공연장이나 어울마당처럼 실내 대형공간의 경우 바닥 복사열방식과 거주역 중심 공기조화방식을 함께 사용합니다. 반응속도가 빠르고 에너지를 절약합니다. 더불어 숲의 나무 기둥을 은유하는 가늘고 높은 기둥들에 공기의 순환을 돕는 흡배기구가 설치됩니다. 덕분에 공기는 적당한 압력으로 순환됩니다. 몸에 부드럽게 닿는 기분 좋은 질감입니다. 공연장 하부 경사진 단면 공간도 공조시스템을 채워 낭비 없이 활용합니다. 토출되는 바람소리에 음악 감상이 방해되지 않습니다.

 

평평한 바닥

엘리베이터는 위아래로 분주히 움직입니다. 사람은 탑승한 채 가만히 있다가 평평한 바닥에 닿으면 모든 실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신체조건에 제한받지 않습니다. 바닥판과 더불어 공간들의 풍경도 넓고 깊게 이어집니다. 복도를 지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길조차 즐겁게 느껴집니다. 모든 실에 억세스플로어(Access Floor)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공조용 디퓨져, 전기통신 통합형 시스템박스 등 자유로운 공간 배치를 돕는 시스템입니다. 마치 컴퓨터 기판처럼 슬롯(slot)에 플러그인(Plug-in)하면 원하는 기능이 작동됩니다. 공유좌석제, 자유회의실 등 경계없는 미래지향적 열린 업무방식이 실현됩니다.

 

본관을 닮은 공간

옅은 흙색의 노출콘크리트 재료는 내부공간 분위기를 따듯하게 만들어 줍니다. 기둥과 보를 감추지 않고 짜여진 모양새대로 드러냅니다. 공간에 단단한 신뢰감이 더해집니다.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는 외관과 다른 이 느낌은 총제적 조화로움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천장은 상부 슬라브 밑면에 아치형 판재가 독립적으로 달려 있는 방식입니다. 아치와 아치가 만나는 사이에 라인형 조명과 소방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조명은 바닥 직부형와 천장 간접형 모두 가능합니다. 점유하는 영역의 기능에 맞게 필요한 조도를 제공해 줍니다. 조명이 아치 천장면을 타고 흐르는 풍경은 마당에서 올려다보았을 때를 고려했습니다. 노출천장, 콘크리트 마감, 아치형 구조물. 기존 본관과 새 건물은 분위기가 이어져 있습니다.

 

사라진 입면 또는 투영된 풍경

기본 구조틀에 커튼월형 스틸프레임 유리외장재 시스템을 설치합니다. 알루미늄프레임 1/2 크기면 충분합니다. 가늘고 좁게 만들어진 프레임에 강화된 복층유리를 설치합니다. 내측 프레임에 집광채광형 블라인드가 장착되어있습니다. 유리는 두 가지로 사용됩니다. 도로쪽과 마당쪽. 마주하는 도시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도로쪽 유리면은 맞은편 풍경을 투영합니다. 마당쪽 유리면은 투명하게 건물 안과 밖의 활동을 보여줍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건물성(建物性)을 사라지게 할 것입니다.

도로쪽. 폭 1,200mm 한판을 평면과 곡면으로 조합하였습니다. 600mm는 평평하고 600mm는 곡면입니다. 곡면유리가 판유리에 비해 자립도가 높다는 점을 이용해 수직바 간격을 넓힐 수 있습니다. 복층 유리 간봉 사이를 이용하는 U형 프로파일로 결착하는 완벽한 히든바(Hidden Bar)형태로 디자인되었습니다. 평평한 유리판의 절반을 안으로 오목하게 압축한 덕에 두 가지 도시 풍경을 보여줍니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평평한 면은 상대를 평거울처럼, 오목한 면은 홀쪽하게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오목한 곡면 안에 맞은편 풍경이 투영됩니다. 허공으로 사라져버릴 모습이 두, 세 번씩 담겨있습니다. 건물과 가로수, 간판과 가로등 그리고 사람으로 입면을 채웁니다. 다양하고 풍성합니다. 실제 존재하는 건물을 개념적으로 사라지게 한다는 것, 도시의 풍경으로 바꿔 채우겠다는 것은 그만큼 공공청사의 존재감을 낮추겠다는 의지입니다. 시민의 활동과 도시조직의 배경으로 서 있겠다는 다짐입니다. 알도로시가 정의하는 집합적 기억, 장누벨이 주장하는 건축의 무가치, 민현식이 말하는 서사적인 풍경. 현대적 공공청사가 도시 기억의 은유적 랜드마크가 되는 또다른 방법입니다.






청주시청의 하루


주무관M 오전 8시 - 10시

발령 동기 S는 벌써 직지숲에 도착했다고 메시지가 왔다. 밀리는 버스에서 내려 시티바이크로 갈아타고 시청 앞에 도착. 공유모빌리티 거치대 앞에서 S가 어디 있는지 살핀다. 봄이다. 느티나무 잎이 여리다. 아직 무성해지기 전이라 나무 사이로 S의 옆모습이 보인다. 둔덕 사이 벤치에 앉아있다. 그 역시 봄의 숲을 바라보고 있다. 유연근무제로 남들과 다르게 한 시간 늦게 출근하는 우리는 8시에 모여 명상을 한다. 청주시청으로 발령이 난 후 새로 갖게 된 취미생활이다. S도 나를 발견한다. 함께 하늘광장 1번 코어로 향한다. 건물에 투영된 숲의 모습은 실제 보다 풍요롭다. 마을정원사 아저씨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는 어딘가 나무와 닮아 있다. 전용코어를 이용해 3층 동아리방으로 올라간다. 옆 동아리 다도(茶道)방에서는 차를 우리는 중인가. 하늘마당 아침처럼 맑은 향이 퍼진다.

업무전용 4번 코어로 이동한다. 얼굴인식기능 보안게이트가 열린다. 공유좌석제 관리모니터에서 오늘 일할 자리를 찾는다. 팀장님과 너무 떨어지는 건 좋지 않아. 이미 아침 일찍 출근하셨을 팀장님의 위치를 확인하고 적당한 위치에 체크인. 오늘은 민원인 개별 면담을 고려해 공용회의실과 팀장님 자리 중간으로 정했다. 서버에 로그인하고 진행 중이던 사업계획서 초안을 다시 살펴본다. 건축직으로 근무한 지 3년이다. 행정은 아직도 어렵다. 선배 P는 앞으로 ‘2년은 더’라며 핀잔인지 응원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녀는 풀죽은 내 모습에 풋 웃는다. 밝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다. 로그인 알림을 설정해두셨는지 팀장님의 호출. 

15분 후 업무회의는 오픈 발코니에서. 커피는 각자 :)

2개층이 개방된 복층 구조 계단을 뛰어 올라 먼저 발코니에 향한다. 아트리움이 내려다보이는 자리는 서둘러야 맡을 수 있다. 회의실은 시스템에서 예약하면 이용이 가능하지만 발코니 자리는 예외다. 따로 실로 구분되지 않은 이런 공간이 오히려 인기다. 탁 트인 공간을 두고 논의하면 서로 더 협조적인 것 같다. 대신 의자는 없다.

 


사무관K 오전 12시 - 오후 2시

항상 그렇지만 매번 쉽지 않다. 시장님 보고용으로 문서를 준비한 지 일주일째다. 오전회의 내내 수정할 내용만 지적받았다. 팀원들 사기를 생각하면 내가 먼저 정리해야한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작년에 같이 근무한 과장님께 도움을 청했다. 점심식사를 같이 할 생각이다. 아트리움 오픈 키친에는 근사한 식사가 준비되는지 냄새가 좋다. 빵과 밥 중 고르라면 항상 밥. 이라고 말하지만 허기가 느껴지는 시간에 빵굽는 냄새만큼 유혹적인 것은 없다. 오늘 점심엔 직접 구운 번(bun)에 얼굴크기 만한 미국식 수제 햄버거가 나오는 모양이다. 슬쩍 먼저 일어나는 직원들 말소리가 들린다.

새로 건물을 지으면서 서측 2차선도로는 보행자 전용길로 바뀌었다. 건물 하부에 둔덕 같은 조경식재에 관수설비가 작동되고 있다. 뿌옇게 피어오르는 연무에 짧은 순간 무지개가 핀 것 같다. 점심은 그 길 곁에 43년 된 ‘평양냉면’, 내 나이만큼 오래된 냉면집이라니!

과장님은 어제 드신 술이 과했는지 찬 냉면이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난 사실 사계절 모두 냉면이 좋다. 식당엔 지역주민들도 많다. 시청이 새로 지어지고 주변 가게에는 공무원 아닌 분들도 많이 오신다고 한다. 평일 뿐 아니라 주말에도 그렇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다. 일요일에 출근하면 문 연 식당이 없어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던 적이 있었다. 주민편의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마당, 숲 등 외부공간 프로그램 참여자들로 북적이는 청주시청이라니. 다음 월드컵엔 난리가 날 것 같다. 아무래도 사업계획서는 방향을 틀어 외부공간 문화활용계획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 과장님 말씀보다 주변 상인들에게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점심은 과장님이 사셨다.

 


시민Y 오후 2시 - 4시

친정엄마에게 아들을 봐 달라고 부탁했다. 아이가 없을 때는 몰랐는데 이젠 돈보다 시간이 더 아깝다. 엄마는 저녁 준비를 해야 하니 5시까지는 돌아와 달라고 하신다. 복직을 하려면 준비할 것이 많다. 시간을 쪼개가며 공부중이다. 시청 도서관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중앙로 보행길을 따라 15분 쯤 걸었다. 새로 지은 시청 앞에 도착했다. 높은 필로티 아래 벤치에 잠시 앉아 숨을 돌린다. 해는 마당과 길을 비춘다. 볕과 그늘이 천장에 일렁인다. 그늘 안에 있지만 양감(陽感)이 충분하다. 여름이 되면 소나기를 피하기도 제격일 것이다. 바닥에 떨어지는 빗방물이 연무를 일으키는 장면이 떠올랐다.

앱으로 책을 미리 고른 덕에 수장고에 있는 귀한 책을 만날 수 있었다. 대학시절 읽은 책이라 책제목을 다시 떠올리는데도 오래 걸렸다. 오에 겐자부로의 ‘타오르는 푸른나무’. 이제는 절판된 지 오래되어 서점은 물론 도서관에서도 찾기 어렵다. 시청도서관은 별도 보존수장고를 운영한다. 선별적으로 오래된 책을 구비하고 열람과 관내 대출도 가능하다. 그러나 막상 읽으려니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휴직이 끝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는 슈퍼맘이라 자칭하고 씩씩한 척하지만 사실 걱정되는 일이 많다.

시청은 직장 내 어린이집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숲 속 작은 마당에 원복 차림의 아이들이 가득했다. 날아든 새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한 아이가 눈에 선하다. 맘스카페와 도서관 등 각종 편의시설도 함께 있으니 이곳에 직장이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면 아이를 좋아해 줄 근사한 아빠감(?)을 이곳에서 골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자.

 


시의원C 오후 4시 - 6시

지난주 숨 가쁘게 행정사무감사를 마쳤다. 수석전문위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초선위원 때 도시계획위원회 활동을 하며 만난 인연인데 아직까지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의원의 세대교체를 주장하며 당에서 추천받아 젊은 나이에 시의원이 되었지만 행정 실무경험이 전무한 나는 애송이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젠 5년차 시의원으로 부위원장직을 수행 중이다. 전공은 행정이지만 도시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다. 석사과정으로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환경공학 수업을 듣고 있다. 분지형 지대인 청주는 계속해서 여름 기온이 오르고 있다. 하나뿐인 무심천에 댐을 만들어 수량을 늘이면 열섬 현상이 줄어든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막기 위해서라도 내가 이론적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알리고 도심 공동화 현상을 해결하는 원도심 주거지 개선 방안은 없을까. 아직은 질문뿐인 생각들을 어떻게 정책으로 만들 수 있을지...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멀리가지 말고. 오, 여기 좋네.

당은 다르지만 마음이 잘 통하는 건너 방 의원께서 커피브레이크를 청하셨다. 직지숲 느티나무가 내려다보이는 복도 옆 휴게실. 중정 하늘마당이 오늘은 얕은 연못으로 바뀌어 있다. 어제 행사로 북적거리던 마당은 사라지고 지금은 정말 고요하게 텅 빈 공간이다. 

그, 저, 뭐...

지시어만 둥둥 떠다니는 상대방의 말은 한 귀로 흘리고 차오른 물에 비추는 하늘과 건물의 상(像)에 점점 집중한다. 아. 그래.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저 같은 고독과 지독한 반추(反芻). 말씀이 끝나시면 내려가 나를 비추고 되새겨야겠다.

 


시민B 오후 7시 - 9시

오후 7시에 시작되는 공연. 티켓을 발행하는 정식공연은 아니지만 어느 때 보다 떨리는 순간이다. 작년에 동호회 오디션을 통과하고 떠나갈 듯 기뻤다. 5인조 혼성밴드에서 베이스를 맡게 된 것이다. 리드보컬은 전직 발라드가수. 지금은 치킨집을 운영 중이다. 퍼스트 기타는 청주대 전설적인 대학밴드 ‘셀레맨더스’ 출신 공무원. 드럼과 세컨기타는 같은 동호회 출신으로 자영업. 나는 건축사무소에 근무 중이다. 잦은 야근으로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청 동호회실에서 늦은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합을 맞춰왔고 오늘이 내가 합류한 후 첫 공연이다. 오늘 레퍼토리는 한국록의 재발견. 신중현부터 한대수, 전인권의 곡을 뉴트로풍으로 편집하여 소환. 관객수가 적어도 열심히 공연할 생각이다. 앵콜송도 하나 준비했다. (앵콜이 없으면 내가 몰래 선창할 생각이다)

베이스 연주는 드럼과 달리 멜로디와 함께 리듬을 쌓아주는 행위다. 마치 구조체를 엮어 섬세하게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사전답사를 다녀온 보컬의 말로는 객석 복도가 가운데가 아니라 양옆으로 비껴 있다고 한다. 관객이 많지 않아도 꽉 찬 느낌이 들 것이다. 공연을 보고 열광하는 관객을 생각하면 왠지 신이 난다. 공연을 마치고 옥상에 올라 청주시 야경을 함께 둘러볼 생각이다. 흥이 남았다면 밴드친구들과 어깨동무하고 한 곡 더 부를 수도 있겠다. 옥상달빛아래 즉석공연 한판 더!

 


시민S 오후 7시 - 9시

해가 많이 길어졌다. 이제 곧 여름. 봄은 짧다. 무심천 너머 서쪽 부모산에 해가 걸리면 하늘은 주홍빛이 될 것이다. 건물 어딘가 공연이 시작되었는지 공기가 낮게 울린다. 건물옥상 하늘길에 올라왔다. 어깨를 나란히 붙인 것처럼 긴 새건물은 종합운동장 트랙 한 바퀴 보다 길다. 아이팟을 귀에 꽂았다. ‘시와’가 부른 ‘마시의 노래’. 플레이 앤 런.

여섯 날은 배 위에서 두 날은 섬 위에서

세 바퀴를 돌고 잠시 서서 우암산을 바라본다. 좀 전까지 붉었던 산에 짙은 초록 어둠이 스민다. 비어있는 마당에서 옅은 빛이 차오른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건물은 아래부터 밝아진다. 다음 달이면 새로 시작이다. 10년을 넘게 전문분야에서 월급쟁이로 살았다. 이제 내 꿈을 위해 독립. 냉면집 옆 가게자리를 전월세로 계약했다. 핸드드립커피 전문카페를 오픈한다. 한쪽 벽엔 그간 수집해 온 드리퍼와 놋주전자를 전시할 생각이다. 커피 맛은 자신 있다. 시청 마당이나 이 옥상에 오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달콤한 디저트까지 곁들여 함께 팔아도 좋을 것 같다.

숨을 고르고 마당 느티나무 우듬지를 반환점 삼아 다시 뛰기 시작한다. 정면에 보이는 높은 건물 창에 하나둘 불이 켜진다. 그 쪽을 향하는 내가 마치 성공한 사업가 같다. 난간 너머 점점이 오르내린 건물과 이어진 작은 산들. 바다 위 섬 사이를 유영하듯 달린다. 시와가 부른 노래 속 어부처럼 난 이미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