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idential2021 | 포천 주택

 



포천 가채리 주택


설계 및 감리  2020.08 ~ 2021.10 

대지면적  1,119㎡

연면적      150㎡ 


협동_구조설계(이든구조), 시공(공디자인), 사진촬영(남궁선)

업무담당_민경현, 박진영

#포천 #단독주택 #마을 #전원





마을길이 분명합니다. 차는 한산해 지고 작은 집들이 드문드문 있습니다. 낮은 경사를 따라 오르면 개울과 숲이 가까이 있습니다. 산이 겹겹이 깊어지는 것도 느껴집니다. 조금 더 가팔라지는 언덕 입구에 두 개의 큰 바위가 문설주처럼 서 있습니다. 그 사잇길 끝에 건축주의 부모님댁이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살필 수 있는 낮고 너른 땅에 포천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설계를 맡게 되어 부모님댁에 점심 식사초대를 받았던 날, 거실 창밖으로 집터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어머니도 이렇게 거실 창에 서서 새집을 내려다보시겠다. 이제는 은퇴를 앞둔 나이가 지긋한 딸 내외지만 근심을 줄이지 못하시고 바라보시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포천 집은 주방과 거실을 어머니의 창에서 보이도록 배치했습니다. 집에 불이 켜지고 솥에 밥이 끓는 풍경을 함께 보시면서 근심을 줄이시길 바랐습니다.

350평이 넘는 너른 땅에 45평 남짓 필요한 만큼 집을 짓습니다. 땅은 두 단으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하나는 농기구 보관 창고 자리였고 다른 하나는 비닐 하우스가 있었습니다. 일구어 만든 두 단도 자연 지형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창고가 있던 더 넓은 자리에 집을 두고 집에서 계단과 브릿지를 만들어 낮은 자리와 연결 했습니다.

 




현관을 통해 거실을 거쳐 식당과 공용 화장실을 지나면 개별 침실에 다다르는 방식. 전형적인 실들의 조직입니다. ‘사회–가족–개인’ 순으로 큰원 안에 속하는 작은 원들 같은 근대적 사회 구조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드라마 속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거실을 차지하고 있을 때 모두가 눈치를 보며 방 밖으로 나오기 힘들어하는 장면을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거실이 집의 중심 공간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포천집은 복도에 방들이 달려 있는 모양새입니다. 방들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이어집니다. 거실과 주방도 하나의 방으로 복도에 붙어 있을 뿐 따로 집을 장악하는 중심실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복도는 원하는 방들을 자유롭게 연결합니다. 창과 문이 있어 풍경과 기능을 상황에 맞게 확장합니다. 거주자의 방 선택에 따라 한 집 안에 여러 생활 양식이 조직될 수 있는 열린 사회구조를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긴 집을 만든 이유는 단순합니다. 경제적인 방법으로 주어진 땅을 효율적으로 경영하는 것. 그러면서 열린 마음을 가진 건축주의 가정에 걸맞는 오늘날의 사회 구조를 담는 것. 길게 만든 건물은 대지에 가로 놓여 안마당과 바깥을 구분합니다. 따로 담장을 세우지 않고 긴 매스의 마을 길에 면한 쪽은 창을 낮고 길게 두었습니다. 마을 길에서 바라볼 때 폐쇄적이지 않을 만큼의 개구부를 갖고 낮은 땅에 조경할 작은 숲과 밭으로 정겨운 풍경을 유지 합니다. 안 마당은 어머니의 창을 바라고 가까운 산새를 받아 들입니다. 들고 나는 곡선형 산새로 인해 안 마당은 입구 쪽부터 안방, 별채 까지 깊에 풍경이 다양합니다. 낮은 담을 적당히 두어 구성에 도움을 줍니다.

 






현관에 서면 큰 창 너머 마을길과 풍경을 보게 됩니다. 가로 막은 줄 알았던 긴 집은 끊고 늘려 틈을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로 안과 밖의 풍경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편안한 현관을 지나 좌우로 30미터 이상의 복도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독립적인 각방과 중정을 만나게 해주는 공간이자 책을 두는 서가이고 그림을 걸어두는 갤러리입니다. 긴창으로 마을 길 풍경을 바라면서 책을 읽고 글을 적기도 합니다. 복도라기 보다 ‘길’이라 부르면 좋겠습니다.










 





긴 집_에피소드 01

산에서 개천으로 지형은 자연대로 경사져 있습니다. 소유의 경계됨을 구분 짓는 지적선도 그 지형을 받아 들여 굽어 있습니다. 길이 나고 집을 지어가며 자연대로의 선이 아닌 기하학 모습들이 드러납니다. 경작하는 땅들에서도 바른 선들이 보입니다만 그 땅을 구분하는 경계는 자연이 준 지형의 선 대로입니다. 계단 논처럼 높낮이가 다른 두 개의 땅을 대상으로 집을 올릴 궁리를 합니다. 땅을 파지 않고 땅위에 올리듯 집을 지을 생각입니다. 자연과 구분되는 경작지의 선들처럼 인간의 집임을 알리는 바르고 긴 형태. 집을 두되 땅을 가르지 않고 옆 산의 숲과 마을 쪽 밭을 잇고 낮은 언덕 위 어머니의 살핌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방식. 자연의 형태는 아니지만 자연과 조화되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집_에피소드 02

집을 지을 계획을 세우기 전 이 땅에는 농사기계 창고와 온실이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경작지였을 것으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길에 면한 낮은 쪽 땅은 크기가 작습니다. 그 위 보다 넓은 땅이 집을 두기에 적당해보였습니다. 생각한 규모(4~50평)에 적당하거니와 언덕 위 집에 부모님들이 겨울이면 내려와 함께 지낼 생각을 해도 그렇습니다. 작은 땅은 텃밭으로 일구기로 하고 온실을 철거해 맨 흙의 상태로 되돌리기로 하였습니다. 단차는 직선형 법면 구배 경사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오래도록 다져진 자연 지형처럼 여겨져 그 형태를 존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을 두려는 너른 자리에 한쪽은 이렇게 직선형 경사면이고 맞은편은 산 숲의 형태대로 구불구불하였습니다. 그 사이 어딘가 집을 지으면 터는 구분된 마당이 되어 집의 내부 공간과 조우가 이루어 질 상황입니다. 어머니의 집에서 살펴지고 기존 지형을 받아드리면서 산 숲 사이 안마당을 경영한다고 생각하니 좁고 길게 여백이 생기고 그 자리가 집을 둘 곳입니다. 긴 집이 된 이유입니다.